2009. 12. 12. 21:19

등심 햄 만들기 3 - 훈연, 포장

냉장고 안에서 이틀을 건조 후, 이제 훈연을 시작한다.
일명 "해바라기"라고 부르는 찜기에 벗나무 톱밥을 수북히 담고
분무기가 없어 손으로 대충 물을 흩뿌려 준다.



브리켓 5개에 불을 붙여 톱밥위에 올려준다.
어두워 잘 안보이기도 했고 귀찮기도 해서 제대로 확인을 안했는데
불이 제대로 붙지 않은 아래 시커먼 브리켓 두개는 결국 불이 꺼져버렸다.



차콜 그레이트를 올리고 그 위에 기름받이를 올려준다.



쿠킹 그레이트 위에 꾸덕 꾸덕 마른 등심 두 도막을 가지런히 올려주고 뚜껑을 덮어 훈연을 시작한다.



오후 8시부터 훈연 시작. 톱밥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온도는 55도를 유지하고 있다.



훈연 4시간 경과 후 자정 무렵에 나가서 확인을 해보니 연기도 계속 잘 피어오르고 온도도 유지되고 있다.
뚜껑을 열어 확인해보니 브리켓 3개만 타고 있고, 톱밥은 아직 절반도 타지 않았다.
그냥 3개만 사용하기로 결정하고, 브리켓 위치를 다시 조정해 준 다음 방으로 들어와 잠을 청한다.

다음날 오전 5시에 알람에 맞춰 일어나 나가서 확인을 해보니 그릴이 차갑게 식어있다. 브리켓은 전소했고, 톱밥은 찜기 가장자리 부분을 제외하고는 거진 다 탔다. 찜기를 오무려 톱밥을 가운데로 모으니 아직 남아있는 불씨가 다시 살아나며 연기가 조금씩 다시 나온다. 톱밥 타는 시간으로 봐서 자정부터 대략 서너시간은 더 훈연한 듯 싶다.

훈연을 종료하고, 쿠킹을 위해 브리켓 12개에 불을 붙여 투입한 시간이 오전 5시 30분. 출근 준비를 하려면 한시간 안에 쿠킹을 마쳐야 한다. 그릴 온도는 100도까지 올라 유지되었다.

6시 30분에 쿠킹을 종료했다. 출근 시간에 쫓겨 고기 내부 온도가 몇도까지 올라갔는지 체크해 보는걸 잊었다. 어차피 아내가 촉촉한 생 햄을 그냥 먹는걸 즐기지 않아서 항상 구워먹는지라 쿠킹 온도가 그리 중요하지는 않았다. 



모양을 위해 묶었던 면실을 제거. 참 빛깔과 모양새가 좋다.



이제 냉장고에 넣어서 하루이틀 더 숙성을 해야 한다. 숙성시간 동안 훈연향이 고기 깊숙히 퍼지고, 고기 조직도 단단해져 칼질 하기가 수월해 진다. 원래는 젖은 소창 (얇은 면으로 된 천)으로 감싸고 랩으로 싸서 넣으라고 하는데, 소창이 없어 그냥 통채로 진공포장하여 넣었다.



포장을 위해서 냉장고에서 꺼낸 모습. 단면을 잘라보니 아주 훈연이 잘 되었다.



사람들은 보통 얇게 슬라이스 해서 포장을 하지만, 확실히 그렇게 하면 더 멋은 있지만, 그냥 한번에 먹을 만큼씩 덩어리로 썰어서 포장하기로 한다.



시식할 한 덩어리만 남기고 진공 포장을 했더니 이만큼 나왔다. 지인들에게 선물할 것과 2주일 이내 먹을만큼은 냉장고에 넣어 놓고, 나머지는 냉동실에 얼리기로 한다.



시식을 위해 썬 햄. 꼭 참치 회같다. 날로 그냥 먹기에는 쿠킹이 좀 덜 된 듯 싶다.



그리들 위에 올려 구워서 접시에 담고 아내와 딸을 불러 함께 시식을 해본다. 짭조름하게 간이 잘 되었고, 훈연향도 고기 깊숙히 잘 베어 있다. 훈연제로 벗나무는 처음 써 봤는데, 향이 꽤 훌륭하다. 개인적으로는 포도나무 향이 더 좋아하지만, 커다란 마대자루 하나 사놓은 벗나무 톱밥을 다 사용하기 전까지는 다른 훈연제 구할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한다.




- 일지 -

2009. 11. 30. 23:50 염지 시작

2009. 12. 07. 21:30 세척 시작

2009. 12. 07. 23:30 냉장실 건조 시작

2009. 12. 08. 23:50 건조중 실묶기 작업 실시

2009. 12. 09. 20:00 건조 종료, 훈연 시작

2009. 12. 10. 05:30 훈연 종료, 쿠킹 시작

2009. 12. 10. 06:30 쿠킹 종료. 냉장 숙성 시작

2009. 12. 12. 13:00 개별 진공포장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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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2. 9. 00:47

등심 햄 만들기 2 - 세척,건조,묶기

11월 30일, 지난주 월요일에 염지액에 넣어둔 고기를 7일만에 낭장고에서 꺼냈다.

이제 흐르는 물에 세척을 할 차례.

고수들의 말에 따르면 흐르는 물에 한두시간 짠 맛을 울궈내라고 하지만

전세계적인 물 부족 사태에 대비하는 마음으로 (사실은 수도세 압박이 두려워서) 대여섯차례 물을 교체하며 고기를 씻었다. 고기가 얼음처럼 차가워서 세찬 수돗물줄기에도 떨어지지 않는 통후추와 피클링 스파이스를 하나 하나 떼어내는 작업이 무지 고달팠다.

 

 

 

등심의 3면은 깨끗한 살코기인데 한쪽 면이 하얀색의 두꺼운 근막으로 덮여 있었다.

그냥 놔둘까 잠시 고민하다가 떼어내기로 마음먹고 칼과 가위를 들고 달려들었으나 절반쯤 하다가 포기하고 말았다. 벗겨낸 부분과 안벗겨낸 부분에 훈연향이 배이는 차이가 있을지 나중에 맛의 차이를 비교해 봐야 겠다.

 

햄의 짠 맛을 조절하기 위해 고기를 한토막 떼어 내 구워 먹어보며 세척 시간을 조절하라는 고수들의 친절한 가르침은 무시하기로 하고, 2시간 가량 세척 후, 키친 타올로 물기를 닦아내고 냉장실에 넣어 건조를 시작한다.

 

 

 

건조 시작한지 만 하루가 지난 후. 고기의 윗면은 약간 건조했으나 중력으로 인해 고기 아래쪽은 아직도 촉촉하다. 키친 타올로 물기를 다시 닦아낸다.

 

 

 

이제 햄을 면실로 묶어서 햄 모양을 만들 차례다. meat net을 이용하여 편하게 할 수도 있지만 난 개인적으로 굵은 면실로 묶는게 더 모양새가 원초적인 느낌을 주는것이 마음에 들어 기꺼이 수고로움을 감내한다. meat net 보다 면실이 엄청 싼 것도 이유이긴 하다. 저 두꺼운 실타래는 평생 햄을 만들어도 다 쓰지 못할 것 같은 압박감을 준다.

 

 

 

면실로 묶고 나니 이제 제법 햄 모양새가 난다.

 

 

 

흑후추와 백후추로 럽을 해주고 다시 냉장고에 넣어 하루 더 건조하기로 한다.

 

 

 

2009. 11. 30. 23:50 염지 시작

2009. 12. 07. 21:30 세척 시작

2009. 12. 07. 23:30 냉장실 건조 시작

2009. 12. 08. 23:50 건조중 실묶기 작업 실시

2009. 12. 09. 저녁, 훈연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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